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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일지 4: 여행을 떠나요 (2)

4월 29일 수요일#

고등어구이
아침밥: 고등어구이

좋은 아침! 이날의 아침으로는 호텔 옆의 식당에서 고등어구이를 먹었습니다.

교토 자체만으로도 둘러볼 곳이 넘쳐나지만 교토를 뒤로 한 채 아침부터 와카야마로 향합니다.

전편에서 말씀드렸듯, 교토역에 가서 간사이 와이드 에리어 익스커션 패스를 실물 티켓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래서 교토역 내 미도리노마도구치(みどりの窓口)에 들어가서 줄을 섰습니다. 줄을 기다리다 생각해보니, JR도카이(東海) 마도구치(窓口, 창구)더라고요. ‘처음부터 꼬이네..’ 라고 생각하며 JR서일본 마도구치로 갔습니다.

JR서일본 마도구치에는 약 6팀 정도 기다리고 있었고 아침이다 보니 다른 외국인 여행객이 열차표나 패스를 발권하려고 온 것 같았습니다. 10분 정도 기다려서 수령하려 e-ticket을 보여드렸더니..

なんだ、これは (이게 뭐야)

직원 분께서 이게 뭐냐는 겁니다.. 그러고서는 보여준 e-ticket을 읽어보시더니 이건 JR서일본에서 파는 게 아니고 여행사에서 파는 거라고, 제가 이 티켓을 산 ‘일본여행(Nippon Travel Agency, 줄여서 NTA)‘의 센터에서 수령해야 한다는 겁니다.

당초 제공받은 e-ticket에도 수령은 NTA 센터에서 수령하라고 적혀있었는데 제가 안 읽고 e-ticket pdf 좌측 상단에 JR-WEST로고 박혀있는 거 보고 곧장 JR서일본 마도구치로 온 제 잘못이긴 합니다.
근데 이 패스, jr서일본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거잖아.. 왜 모르는데요..

별 수 있나요.. NTA 센터로 가야 합니다. 센터가 교토역 안에 있음에도 못 찾아서 좀 헤맸습니다;; 역 넓네요.

Go to 와카야마!#

간사이 와이드 에리어 익스커션 패스는 비자 종류에 관계 없이 외국여권 소지자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수령할 때 재류카드나 여권을 제시하면 됩니다. 그래야 하는데.. 척보면 외국인이다 이건지 여권/재류카드 검사도 안 하더군요.

실물 티켓도 받았으니 와카야마로 가봅시다. 와카야마는 일반전철로도 갈 수 있지만, 1시간에 한 번 꼴로 특급 ‘쿠로시오’도 다니기 때문에 이왕 돈 낸김에 특급으로 가려고요.

간사이와이드에리어익스커션패스 패스로 구입한 지정석표

쿠로시오는 교토역 출발도 있지만 대부분 오사카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먼저 선더버드를 타고 오사카역까지 가서 쿠로시오로 환승합니다. 패스가 있으니 추가요금없이 선더버드를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토역 -> 오사카역 (특급 선더버드 탑승)

선더버드를 타고 오사카역까지는 잘 갔습니다만.. 오사카역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역에서 도착 안내 전광판을 아무리 봐도 쿠로시오를 몇 번 승강장에서 타야하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선더버드의 도착시간으로부터 쿠로시오 탑승시간까지 15분의 여유가 있었습니다만, 결국 출발예정시간까지 5분 남기고 개찰구에 계신 직원 분께 여쭤봤습니다.

표를 보여드리면서 이 열차는 어디서 타야 하냐고 물어봤더니..

間に合わない (시간 못 맞춰요)

라고 하시며 오사카역 지도를 꺼내십니다..

알고보니 쿠로시오의 승강장은 오사카역이긴 한데 제가 내린 곳에서 1km정도 떨어진 지하 승강장으로 가야 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몰랐고 10분 동안 안내 전광판을 보며 ‘어디지? 왜 안 나오지?’ 하면서 헤매고 있었던 겁니다. 결국 타야할 열차는 바이바이가 되었고 어쩔 수 없이 1시간 뒤의 다음 열차를 타야 했습니다. JR전철을 타도 와카야마까지 가긴 하는데 특급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고려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다음 쿠로시오를 예매하기 위해서는, 그냥 자동발매기에서 다음 열차표를 다시 뽑기만 해도 됩니다. 그러나 연휴 시즌인지라 ‘누군가는 자리가 없어서 발권도 못 하는데 빈 좌석으로 보내는 거 아닌가’ 아는 죄책감이 들어 ‘이 지정석권을 취소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도구치에 가서 표를 취소하기로 합니다.

그리 생각하여 마도구치에 갔더니.. 33팀이 대기를 하고 있네요 어허ㅓㅎ허. 장장 40분을 기다려서 열차표를 취소하고 다음 쿠로시오를 발권했습니다..만, 이때 취소를 한 것은 이미 의미를 상실했습니다. 40분을 창구 앞에서 기다리는 사이에 제가 타야했던 열차는 이미 와카야마역 전역을 출발했을테고 그러므로 제가 취소를 하든 안 하든 제 좌석은 다른 누군가가 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 했습니다..

추가로 창구에서 대기 중에 충격적인(?) 안내 표지를 봅니다.

창구 앞 안내
특급 쿠로시오&하루카 승강장은 여기서 15분 이상 걸립니다

그런건 열차 예매 전에 알려달라고

근데 실제로는 15분까지는 아니고 10분이면 지하 승강장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빠른 걸음으로 가서 7분만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근데 타는 곳이 다르다는 걸 모르면 15분이고 뭐고 못 탈 듯 싶습니다.

이전 열차를 빈 좌석으로 보낸 것에 대해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금방 괜찮아졌습니다. 정작 타보니 좌석이 널널하더라고요? 자리 꽉꽉 채워서 갈 줄 알았는데 1/4은 빈 좌석으로 갔던 것 같습니다. 연휴시즌이라서 열차 예매 전쟁을 할 줄 알았는데 적어도 이 동네는 그렇지 않았네요. 이번 여행 내내 좌석이 없어서 열차를 못 탄 적이 없었습니다.

오사카역 -> 와카야마역 (특급 쿠로시오 탑승)

와카야마역

오늘은 시라하마에서 숙박하기로 했지만, 우선은 와카야마시를 방문했습니다. 와카야마시에 무엇이 있느냐 하면,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가 한가득이겠지만 저는 고양이 보러 왔습니다.

무슨 고양이냐고요? 와카야마 전철(wakayama-dentetsu.co.jp) 키시카와선의 역 중 하나인 ‘키시(貴志)역’에서 역장을 서고 있는 고양이를 보러 갑니다.

이름하여 고양이 역장입니다! 국내 신문에도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이 고양이가 역장에 이어 영국의 작위(爵位)를 받은 이유는? (경향신문, 2021.09.05, 윤희일 선임기자, 2026.05.27 접속)

키시역으로 가는 와카야마 전철은 JR와카야마역에서 바로 환승할 수 있습니다. 저는 와카야마전철 1일권을 샀는데요, 이걸 사면 스탬프용지도 주시기에 역만 돌면서 스탬프 완성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이 났는데 간사이 와이드 에리어 익스커션 패스에는 와카야마 전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패스로 탈 수 있는 거였는데 나 표를 왜 또 샀지…

열차를 타보면 돈없는 지방사철의 현실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과장 조금 보태서 디스코팡팡 뺨치는 흔들림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표를 또 산 거는 와카야마 전철의 발전을 위해 쓰였다고 생각하겠습니다.

15분 가량 쭉 이동해서 키시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사를 일부러 고양이처럼 보이게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독특하게 생겼네요.

그리고 고양이님이 계시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다보니 귀찮은지 이쪽은 쳐다도보지 않고 등돌린채 누워만 있습니다. 이 고양이의 이름은 ‘로쿠타마’라 하여 타마6세(世)이고, ‘고타마(타마5세)‘는 이다키소역에서 근무하고 계시다길래 이따가 이다키소역으로 갈 예정입니다.

로쿠타마
로쿠타마 (상태: 귀찮음)

초대 역장 ‘타마’는 지금은 하늘에 별이 되었고 죽어가던 이 지역에 관광객을 불어넣어준 타마를 모시는 신사가 역내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게 역 밖은 아무것도 없어서 관광이고 뭐고 없습니다. 고양이 아니면 올 일이 없다..

역장 근무 시간은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6년 5월 27일 접속)
역장 근무 체제 변경에 대해서(wakayama-dentetsu.co.jp)

철도무스메#

그리고.. 여러분께서는 ‘철도무스메(tetsudou-musume.net)‘를 알고 계십니까?
각 철도회사의 철도 모에화 캐릭터로, 철덕+씹덕인 저로서는 환장하는 콘텐츠 되시겠습니다.

제가 여행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철도무스메 20주년 스탬프랠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가하는 철도 노선의 지정된 역에서 GPS 켜고 부착된 QR을 스캔한다면 스탬프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서브컬처 본고장 답달까요

2026 스탬프랠리 페이지 (app.raund.net), 2026.05.27 접속

Q. 스탬프를 찍으면 뭐가 좋나요?
A.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캐릭터 배경화면 줌

참고로 키시역은 와카야마 전철의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지정역입니다.

찰칵

이소키다역으로#

고타마를 보러 이소키다역으로 이동합니다.

이소키다역 전경
이소키다역

역 전경을 보면 알겠지만 거의 간이역 수준입니다. 애초에 와카야마 역을 제외한 역 개찰구에는 교통카드 태그하는 게 없어요. 객차 안에서 개찰과 운임정산을 하는 구조이니.

와카야마전철 회사의 명운이 사실상 고양이에 달려있다는 것이 어처구니없지만 그렇다고 폐선되는 것보다야는 나으니… 그리고 저도 고양이보러 왔잖아요?

고타마 고타마 with 스탬프

위 사진을 찍은 시점이 3시 44분입니다. 점심을 못 먹어서 배고픈 상태이지만 주변에 식당이 없습니다. 있어도 3시면 문을 닫고요. 나가노랑 똑같이 장사할 마음이 없는 동네입니다. 배고파라..

이대로 와카야마에 돌아가 시라하마에 갈까 생각했는데 시간이 조금 남는 것 같아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릅니다. 와카야마에서 북쪽으로 올라간다면 ‘미즈마 철도(suitetsu.com)‘가 있습니다.

이쪽에도 철도무스메 스탬프랠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올때 생각을 못했는데 와카야마에서 스탬프를 찍고나니 갑자기 떠오른겁니다. 이곳은 제가 24년도에 스탬프 찍으러 왔던 경험이 있는 곳이라 다시 가보고 싶기도 해서 가보기로 결정합니다.

구글 지도 경로 검색

근데요,

여기서 카이즈카시가 좀 멀어요.

좀 많이 멀어요

다시 오사카로#

대충 40km정도 떨어져있는 오사카부 카이즈카시로 올라갑니다. 근데 경로가 좀 이상합니다?

환승을 좀 많이 하거나 많이 걷거나 해야 하는데, 시라하마에 내려가는 것도 계산해야 합니다. 5시 즈음 되면 시라하마로 가는 특급 쿠로시오가 몇 편 없기 때문에요.

와카야마역에서 구마토리역까지 탄 쾌속열차
와카야마역에서 구마토리역까지 탄 쾌속열차

와카야마역에서 쾌속을 타고 이동, 구마토리역에서 하차, 택시를 타기로 합니다. 가면서 계속 경로랑 시간이랑 계산해봤는데, ‘히노네’역에서 7시 쿠로시오를 타려면 시간이 도저히 맞을 것 같아서 (돈이 많이 드는) 교통 치트키를 쓰기로 했습니다.

구마토리역부터 미즈마역까지 5km정도 거리에 10분 정도 탔더니 택시요금이 2,200엔 나오네요 가격 정말 살인적입니다.

참고로, 구글지도에는 여기가 ‘미즈마칸논’역으로 나옵니다. 실제로 역명판도 미즈마칸논이라 써있고요. 근데 원래는 미즈마역이었다가 미즈마칸논역으로 바뀌었댑니다. 그래서 그런가 택시기사님께 미즈마칸논역으로 가달라니까 못 알아들으시더라고요. 말씀하시길 그냥 미즈마역이라고. 지역 사람들은 아직까지 바뀌기 전의 미즈마역으로 부르는 모양입니다.

미즈마역 24년 미즈마역 26년

(좌) - 24년에 찍은 미즈마역, (우) - 26년에 찍은 미즈마역

스탬프도 스탬프지만 각 역에서는 캐릭터 굿즈를 팔기도 합니다. 하나 샀어요 ㅎ

히네노로 가는 경로

미즈마 열차를 타고 ‘이시자이’역에서 하차, ‘이즈미하시모토’역까지 도보로 이동합니다.
전철을 타고 ‘히네노’역까지 이동, 히네노역에서 특급 쿠로시오를 탑니다.

시라하마로 가는 특급 쿠로시오 지정석권
시라하마로 가는 특급 쿠로시오 지정석권

히노네역에서 시라하마역까지 특급 쿠로시오로 2시간 조금 안 되게 걸립니다. 9시 즈음에 도착을 할텐데 제가 몰랐던 점이 열차 안에서 발생합니다.

숙소가 어디인지 확인하는 참에 알게되었는데, 체크인을 7시까지만 받는데요.

출처: https://resortlife.co.jp/cc-shirahama/faq/, 구글번역 사용

???

뭔 숙소가 체크인을 7시까지 받지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급하다고 열차가 빨리 가주지는 않고 숙소에 전화를 걸어봐도 당시는 8시를 이미 넘겼기 때문에 안 받았습니다. (뭐야 진짜로 체크인 닫음?)

도착 후에는 시라하마역에서 숙소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약 3~4km 떨어져있었고 불행히도 숙소가 언덕 위에 있어서 오르막길의 연속이었습니다. 가로등도 별로 없어서 완전 껌껌했고 그나마 자동차가 좀 지나다녀서 신호등과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거의 유일한 빛이었습니다.

버스는 진즉 끊겼고 택시도 없고 같이 내린 사람들은 자기 차 타고 그냥 가버리지
세상에 이때 비까지 옴.

너무 힘들고 지치는데 먹은 건 아침밥밖에 없지 비는 추적추적 오지,
그냥 너무 힘들었습니다.

가는 길에 택시를 하나 만났는데 ‘비싸니까 그냥 걸어가자’라고 생각해서 안 탔는데, 탈 걸, 후회했습니다.

45분 가량 걸어 도착했는데 진짜로 체크인하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문을 닫았습니다. 제가 잡은 숙소가 호텔이 아니고 3층짜리 아파트 건물이었는데 콘도 비슷한 주거시설이었고 주로 장기투숙을 위한 시설로 보입니다.

숙소 인근 지도

어찌 되었건 숙소에 못 들어가면 비오는 날 노숙을 해야하는 것이지요.

인포메이션 센터에 긴급전화를 10시까지 받는다고 써있어서 긴급전화를 걸었고, 다행히 연락이 닿아서 늦어서 미안하다고 체크인 도와달라고 빌었습니다. (연락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함. 첫 번째에는 안 받았음)

제 이름을 묻더니 방 번호를 알려주시고는, 방 문이 열려있대요. 그러니 그냥 들어가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전화 끊을 때까지 계속 고맙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전화를 9시 50분 경에 했는데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긴급전화도 닿지 않았겠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7시에 퇴근하는 쟤들이 이상한 것 같은데 저땐 그냥 몸이며 정신이며 고되고 피폐해져서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이때만큼은 힘을 내서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29일 이동경로
29일 이동경로

zzz… (끝)

교환학생 일지 4: 여행을 떠나요 (2)
https://blog.ariel.moe/posts/exchange-student-10/
저자
하얀비
게시일
2026-05-27
라이선스
CC BY-NC-SA 4.0